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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무대 위에 선 스티브 잡스가 처음으로 애플 아이폰을 선보이죠. 스마트폰 역사의 시작을 알리게 된 순간입니다. 2024년 현재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일이 가능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이동하면서 업무를 보고, 음악을 듣고, 영상도 보고,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실시간 근황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더 라이트폰
이제는 더 나아가 스마트폰에 AI 기능까지 탑재되면서 실시간 통번역, 개인 비서 역할까지 해줍니다. 애플과 삼성 그리고 이 외 빅테크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고자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는 와중에 그와 정반대로 미니멀과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핸드폰을 출시해 마니아층에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손바닥 한 줌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와 전자 잉크 방식의 흑백 디스플레이를 갖춘 이 폰의 정체는 무엇이고, 세대를 막론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더 라이트폰'을 알아보겠습니다.
최소한의 기능 제공
DESIGNED TO BE USED AS LITTLE AS POSSIBLE 슬로건 그대로 더 라이트폰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SNS, 게임, 뉴스피드 알람 등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모든 부가 기능을 제외하고, 통화와 문자메시지 등 현대인들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춘 라이트 폰입니다. 보통 스마트하지 못하다고 하여 MZ세대 사이에서는 덤폰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더 라이트 폰 브랜드를 론칭한 라이트 기업의 공동 창업자 조와 카이는 구글에서 아티스트와 제품 디자인으로서 처음 만나 스마트폰 앱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봤습니다.
덤폰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든 앱은 온갖 수단을 활용하며 사용자들의 관심을 빼앗아 그들의 플랫폼 내에 더 오랫동안 가두고 싶어 하죠.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이 늘어날수록 물건이 하나 더 팔리고, 더 많은 광고에 노출되면서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조와 카이는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비즈니스 방식으로 인해 오히려 우리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판단했죠. 끝내 그들은 2015년 오리지널 라이트 폰을 가지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였고, 펀딩은 대성공을 이룹니다. 단순 통화만 가능한 피처폰 콘셉트 하나로 대대적인 펀딩과 응원을 받으며 2017년 오리지널 라이트 폰을 출시했습니다.
라이트 폰 2
예상외로 사용자들의 피드백은 좋았지만, 대체로 세컨드 폰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이 우리들 삶에 깊숙이 뿌리 잡힌 이상 통화 기능 하나만 제공하는 라이트 폰이 기존의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조와 카이는 이 점을 깨닫고, 최소 기능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라이트 폰 2를 출시하게 됩니다. 라이트 폰 2는 2G 기반에서 4G로 변경되었으며 통화 기능뿐만 아니라 문자 메시지, 알람, 계산기, 음악, 노트, 내비게이션 그리고 핫스폿과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적으로 제공합니다. 물론 본인이 필요한 기능만을 쓸 수 있도록 커스텀이 가능합니다.
미니멀 제품
소프트웨어 변경뿐만 아니라 외관도 알루미늄 재질로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더 큰 스피커와 헤드폰 잭을 추가하였고, 배터리의 용량까지 높이며 더욱더 효율적이고 미니멀한 제품 디자인을 구축했죠. 더 라이트 폰 2를 출시한 조와 카이는 라이트"를 외치며 이제는 세컨 폰에서 ONE AND ONLY 폰으로 브랜드화하고 있습니다. 라이트 폰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통화와 문자 메시지 기능만 제공한다고 들었을 땐 대부분의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되었던 플립폰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 제품을 접한 사용자들은 더 라이트 폰의 세련된 디자인에 만족해합니다. 아무래도 아티스트와 제품 디자이너가 설계하였기에 외적인 측면에서 기존 스마트폰 대비해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아날로그 감성
기능은 아날로그스럽지만, 디자인만큼은 현대적으로 설계했기에 휘황찬란한 스마트폰에 익숙한 대중들도 이질감 없이 접근할 수 있었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제품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한 관심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목표, 비전 그리고 브랜드 메시지가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만 타봐도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수많은 정보를 찾는데 바쁩니다. 굳이 몰라도 되는 온갖 뉴스들과 광고들로 뒤덮인 스마트폰 스크린을 한번 훑고 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고 현타가 오기 마련이죠. 라이트 폰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게 설계되었고, 필수적인 기능들만을 탑재하여 정보화 시대에 지친 모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으며 미니멀한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라이트 기업의 혁신
그리고 그들은 고잉 라이트라는 캠페인을 통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뒤로하고, 라이트 폰과 함께 미니멀한 라이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스마트폰 사용 대신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또한 라이트 기업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합니다. 오리지널 라이트 폰과 라이트 폰 2 모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진행한 이유 역시 제품 출시 전 실제 잠재 고객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접목하려는 목적이었죠. 오리지널 라이트 폰 출시 이후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실제 라이트 폰 2에 추가될 기능들이 구성되면서 충성 고객들을 더욱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라이트 기업의 공동 창업자 조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덤폰을 만들고자 하지 않고,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 기술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반하지도 않는다고 말하죠. 그들은 그저 기술이 실제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집중하고, 연구하며 라이트 폰을 통해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이트 폰은 시장 규모나 재무적인 측면에서 애플과 삼성에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미니멀을 추구하는 특정 타깃층의 니즈를 확실히 파악해 나가며 피처폰 분야에서만큼은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Less Phone, More Life' 브랜드 메시지는 충분히 많은 대중들이 공감하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