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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기차 살까? 말까?

by 궤적76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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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6 14개월, GV60 12개월, 아이오닉5 12개월, 니로EV도 12개월, 아이오닉6는 18개월, ID4는 계약 중단 기약 없음.... 방금 이야기했던 차종과 기간은 뭘 의미하는지 다 아시죠. 전기차 계약 후 출고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전기차 청약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어떤 차종보다 대기 시간이 길고 경쟁이 치열하며 출고하기까지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 게 바로 전기차인데요. 이렇게 오래 기다리고 힘들게 출고했으면 당연히  신나는 마음으로 전기차 라이프를 즐기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순서인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많습니다. 제 주변만 하더라도 전기차를 출고받은 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내외를 운행하다가 도저히 못 하겠다며 팔아버리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전기차를 사면 후회하는 유형 첫 번째는 셀프가 싫거나 귀찮으신 분입니다. 요즘 대부분 내연기관차 주유도 셀프로 하는데 그게 무슨 이유가 되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실 건데요. 전기차 충전도 같은 맥락의 셀프이지만 주유소의 셀프와 비교하면 정말 극강의 셀프에 해당됩니다. 주유소의 셀프는 기름을 넣어주는 직원을 대신해 내가 직접 주유함으로써 줄어드는 인건비 수준으로 기름값을 할인해 주는 개념인데요. 그래서 직원이 줄어든 것이지 상주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분들이 청소도 하고, 차량 회전율 관리도 하며 주우기 고장도 체크하고 셀프가 처음이신 분들을 직접 알려주시기도 하는, 즉 밥상을 다 차려주기에 운전자는 가서 숟가락만 셀프로 들고 떠먹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일단 상주하는 직원이 전혀 없습니다. 충전기의 종류 체크 고장 유무 확인 충전 자리 확보 결제 카드 및 회원 카드 준비 충전과 같은 모든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특히 주유소의 회원 카드는 포인트 적립의 개념이지만 충전기의 회원카드는 회원가로 충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비회원에게는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일종의 할인 개념이기 때문에 회원가입 없이 신용카드만 덜렁 가지고 갔다간 30% 이상 비싼 가격으로 충전을 하게 됐죠 이외에도 고장이 나면 스스로 전화해야 하고 누군가 충전 자리에 주차를 쓰면 이 역시 스스로 전화해서 협의하고 논쟁까지 해야 합니다. 늘 누군가에게 케어를 받는 내연기관의 주유에 익숙하거나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전기차의 극강의 셀프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이런 스트레스가 하나둘씩 쌓이다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장 난 충전기를 만난다거나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이 충전이 꼭 필요한 곳에서 매너 없는 진상들을 만나게 되면 그동안에 쌓인 것들이 빵 터지게 되면서 전기차는 시기 상조를 외치며 다시 내연 기관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죠.

전기차를 사면 후회하는 두 번째 유형은 바로 무언가를 배워가는 과정이 싫거나 여력이 없으신 분들입니다. 전기차의 충전 과정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야 하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배워 나가야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충전 용량이나 배터리 용량의 단위인 Kw나 Kwh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충전기의 종류 충전기별 충전하는 방법, 인증이 안 되거나 충전이 안 될 때 대응하는 법 등등 알아야 할 지식이 상당히 많습니다. 왜 겨울엔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지 80% 충전이 넘어가면서 속도는 왜 줄어드는지 에어컨보다 히터를 틀었을 때 주행 가능 거리가 왜 짧아지는지 등과 같은 이유들을 알 수가 없죠. 이런 내용들은 기존 내연 기관 운전 경력이 30년이 넘는 베테랑이라도 공부해야 하고 배워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내가 왜 굳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죠. 내가 편하자고 몇천만 원을 내고 산 차인데 그걸 위해 내가 또 배우고 공부해야 되나라고 생각하시거나 또는 생업, 육아, 집안일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걸 관심 갖고 찾아볼 시간이 없다는 분들도 꽤 많으십니다. 이런 분들은 사실상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전기차를 사면 99% 후회할 확률이 높습니다.

전기차를 사면 후회하는 유형 세 번째는 바로 변화를 싫어하는 분입니다. 이 유형에 대해서는 간단히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CGV 영화관만 이용하다 보니 익숙하기도 하고, 관련 혜택이나 포인트도 제법 있는 사람이 전기차를 샀다고 가정해 보죠. 이전에는 의식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전기차를 사고 나서 검색을 해 보니 늘 가던 CGV에는 충전기가 없고 집 주변 또 다른 영화관인 메가박스에는 이용객을 위한 완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침 배터리도 30% 정도 남아서 충전이 필요한 상태죠 자 그럼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충전과 상관없이 늘 가던 CGV를 가실 건가요? 아니면 충전도 할 수 있는 메가박스에 한번 가 보실 생각이신가요? 아주 단적인 예시지만 여기서 의견이 달라지는 이유는 자동차라는 존재를 내 일상에 어느 정도 포함시킬 것이냐가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는 나를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시켜 주는 이상 이하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늘 가던 영화관에 가실 것이고, 이동 수단이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로 바뀌었으니 기존의 일상이 변화되어도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메가박스에 갈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전기차를 타다 보면 이런 선택의 순간들이 의외로 많이 찾아오게 되는데요. 목적지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선택했던 것들이 많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지만 반대로 자동차가 나의 일상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해 보시고 만약 후자에 해당되신다면 전기차를 구매했을 때 후회할 확률이 높다고 보입니다.

전기차를 사면 후회하는 유형 마지막 네 번째는 강박이 있으신 분입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늘 기름을 살짝 넘칠 때까지 가득 채우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기름을 가득 채우는 이유로 장거리를 간다던가 주유소에 오고 가기 귀찮은 것도 있겠지만 기름 게이지가 가득 채워진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고 게이지가 떨어지면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처럼 배터리가 내장된 전자 제품을 사용할 때도 충전에 민감하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꼭 100%라는 숫자를 봐야 마음이 편안해지시는 분들 있죠. 이거 내 이야긴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으실 겁니다. 이런 분들이 전기차를 사게 되면 아마 매우 고통스러우실 겁니다. 전기차 특성상 본인의 전용 충전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 살지 않는 이상 배터리 100%를 볼 기회가 의외로 자주 없습니다. 자주 100%를 채워주는 것이 배터리에 좋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20에서 80% 사이를 충방전 하며 이용하죠. 더군다나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매우 긴밀하게 변화합니다. 에어컨이나 히터와 같이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하는 기능을 작동하면 곧바로 주행 거리 감소에 반영되고 회생 제동이 없는 고속 구간을 지속적으로 달리면 역시 빠르게 주행 가능 거리가 감소하게 됩니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면서 갑자기 200에서 300Km를 주행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보통 정도의 장거리는 사전에 계획 아래 움직이게 되죠. 즉 배터리가 50% 이하로 남아 있거나 주행 가능 거리가 200Km로 표기되어 있어도 다음 날 차를 사용함에 있어서 문제 될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전기차는 브랜드나 종류를 불문하고 저처럼 새로움에 도전하고 시도를 즐기며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는 과정을 재미있다고 느끼신 분들에게는 최고의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즐겁다고 귀찮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재미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최소 몇천만 원 이상이고 계약 후 평균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이 시점에 단순히 보조금을 받아 더 싸게 살 수 있고 충전료가 주유비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전기차를 덥석 사기보다는 자신의 성향이나 상황을 잘 파악해서 현명한 판단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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