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5월 11일 자 보도자료에는 불법 농막을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제목부터 강력했고요. 세부 내용에서 야간 취식, 취침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더욱 강력한 단속을 입법 예고했었죠. 실제로 감사원의 전수 조사에서는 3만 3000여 개의 농막 중에 1만 1000여 개가 야간 취침 부분에서 적발됐습니다.
농지법 완화 개정안
그런데 이 발표 후에 각계각층에서 많은 항의가 있었어요. 심지어는 지자체장이 직접 이게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서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농지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있었죠. 윤석열 대통령도 "농막 단속과 관련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일이다"라고 13일에 있었던 오찬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의 힘 조해진 의원은 지방 농지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농지법 완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죠. 결국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백기를 들었습니다.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전면 중단
6월 13일에 보도자료를 통해서 한발 뒤로 물러나는 뉘앙스를 풍겼는데요. "농업 활동과 무관하게 주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취지이다. 영농체험 목적으로 설치하는 농막은 활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발표했어요. 실제 내용이 한 장 밖에 없는 보도 자료를 낸 걸 보니까 정말 다급하게 낸 것 같습니다. 여론이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러니까 야간 취침을 무조건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업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놀이용으로만 사용하는 그런 농막을 규제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노선을 변경한 거죠. 그리고 이틀 뒤인 6월 15일 농림 축산식품 정황근 장관이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취침은 무조건 불법?
현재의 농지법 시행규칙은요. 농막에 대해서 "주거 목적이 아닐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이걸 너무 확대 해석해서 취침 자체를 무조건 불법으로만 취급했습니다. 그러니까 도시인이 주말에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지으려면 토요일에 와서 열심히 땀 흘리고 그날 밤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라 그리고 다음 날인 일요일 새벽에 다시 와라! 그게 어렵다면 숙박업소를 잡아라 안 그러면 무조건 불법이다. 지금까지는 이랬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더욱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더 강화된 농지 시행령을 만들어서 입법 예고를 했었던 거죠. 결국에는 입법 예고가 중단됐습니다. 당연하죠. "악법도 법이다" 맞습니다. 하지만 개정되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막는 게 좋겠죠. 그리고 악법도 법이긴 하지만요 진짜 악법이라면 고쳐야죠. 사실 이게 언제적 농지법이고 언제적 규정입니까?
농촌의 현재
지금은 2023년이에요. 현재 농촌은 인구가 점점 줄고 있고요. 농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지들은 60대에서 80대분들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숫자가 매년 줄어들고 있고 방치되는 농지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농막 단속과는 또 별개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소유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이행강제금을 물게끔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작년부터 전수 조사를 했고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올해부터 농지처분 명령을 내리고 있죠. 지방 농지 가격은 바닥을 치고 있고 늙어서 몸도 아프고 더 이상 농사짓기 힘들면 땅이라도 팔아서 병원비라도 해야 하는데 현재 팔리지도 않죠. 이런 상황에서 농촌에 나온 농지를 도시인이 사서 가족과 함께 주말에 방문하고 아이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농촌 체험도 시키면서 6평짜리 농막에서 살 부대 기면서 하룻밤 잠도 자고 오고 이게 무슨 큰 죄라고 이걸 더욱 단속하는 법까지 만듭니까?
농지법 완화 목소리
사실은요, 이거 정말 건전한 것 아닌가요? 1980년대라면 모를까 2023년인 지금에는 이렇게 건전한 가족들의 취미를 오히려 국가가 권장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물론 개념 없는 사람들도 일부 있죠. 하지만 일부 때문에 주말에 가족과 함께 농촌 체험을 하려는 그런 사람들 전체를 불법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 제정입니까? 빈대 몇 마리 무서워서 초가삼간 다 태우는 일이 아닌가요? 자동차로 나쁜 짓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동차를 다 없애면 되는 겁니까? 어쨌건 농막에 대해서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놀이용으로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단속 대상입니다. 하지만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주말에 하룻밤 자고 오는 사람들은 이번에 농림축산식품부가 한 발 물러나면서 한숨 돌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오히려 농지법을 완화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도 현재 높습니다.
비닐하우스와 농막
대표적인 것이 비닐하우스는 농사용이기 때문에 농자재는 비닐하우스에 보관하면 안 되고 농막에만 보관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도시에서 가는 주말 농부들은 어른이 농지를 가꾸는 동안 아이들이 농막에서 쉬는 경우도 많죠. 농막 안에 관리기, 삽, 호미, 낫 이런 걸 보관하라고요? 제초제, 농약 이런 약품들도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농막에만 보관해야 한다고요? 이게 뭔 소리입니까? 그냥 아이들 있는 사람들은 농촌에 오지 말라는 얘기죠. 이러한 부분들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지난번 전수조사에서 걸린 것 중에서 불법으로 확장하고 비트코인 채굴장으로 사용하고 농사는 짓지 않으면서 놀이용으로만 사용하는 그런 걸 계속 단속하세요.
마무리
돈 많은 부호들은 농지가 아닌 대지를 구입해서 그럴듯한 별장을 짓겠죠. 진짜 돈 많은 도시 부호들이 정말 갈 데가 없어서 주말마다 농막에 가서 자겠습니까? 6평짜리 농막이 대체 호화로우면 얼마나 호화롭길래 도시인들 못 오게 하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농사지으면서 주말 하루 잠자는 것까지 단속합니까? 어쨌건 농막을 더욱더 강하게 단속하려는 농지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일단은 중단됐습니다. 도시인들이 가족과 함께 주말에 가서 농사짓는 것이 진짜 농업인 입장에서는 소꿉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너무 미운 시각으로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좀 더 가다듬은 자세한 내용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한다고 해요. 내용이 나오면 다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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