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가 발표되었는데요. 한국의 고용률이 68.5%로 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실업률 또한 2.9%로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히 숫자만 보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통계 수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비경제활동인구
통계청에서 실업률을 계산할 때 쓰는 공식에 따르면 실업률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취업하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취업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해서 실업률 계산에서 빼버린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보셨으면 여러분도 뭐가 문제인지 감이 오시죠.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쉬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냥 쉬었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문자 그대로 사회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도 않고 입학이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쉬고 있다고 응답하는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던 2020년에 쉬는 청년들이 가장 많았었는데요.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코로나 전부터도 그냥 쉬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통계청에서 집계한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살펴보면 그냥 쉬고 있는 인구 중 20·30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무려 30%에 가까웠고 수는 67만 6000이 넘습니다. 청년층의 노는 인구수는 늘어나는 추세 또한 심상치 않습니다. 작년 같은 달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 살펴보니 무려 6만 천여 명이 늘어나면서 다른 연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일하지 않고 쉬는 청년들 증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
4,50 대보다 청년층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다는 왜 문제일까요? 가장 먼저 한국의 인구 구조 때문에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과거에 비해서 일할 수 있는 청년들 인구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쉬었다고 대답하는 청년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면 일하는 사람이 줄기 때문에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줄고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소비도 줄어들겠죠.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늘리지 않게 되고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줄이게 되면 고용 또한 줄이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청년들이 일하지 않으면 이를 부양해야 하는 부모 세대의 부담도 늘어나겠죠. 일하지 않고 쉬고 있는 청년의 입장에서도 집에만 있으니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정서적인 문제를 안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이 왜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는 걸까요? 단순히 청년들이 일하기 싫어서 쉬고 있는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20~30대 쉬는 인구 대부분은 이전 직장 근무 경험이 있습니다. 30대의 경우 25만 6000명의 쉬는 인구 중 95%에 해당하는 24만 2000명이 경제활동 경험이 있었지만, 퇴사 이후 새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20대 청년들에게 왜 쉬었는지 직접 물어본 결과를 보면 원하는 조건의 일자리에 갈 수 없어서 그냥 쉬는 청년들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일단 취업하고 이직할 기회를 봤다면 이제는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그냥 쉰다는 거죠. 이런 청년들을 마냥 욕할 수도 없는 게 기업 간 급여와 복지의 수준이 너무나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업 간 급여와 복지의 격차로 인해 청년들의 쉬는 현상 증가
작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두 배 이상 나고 연차별 소득을 분해해 보면 대기업에서는 2, 3년 차에 366만 원을 벌 수 있는 데 반해서 중소기업에서는 10년, 20년 정도 경력자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연봉을 주기 때문이죠. 이렇다 보니 청년들이 희망하는 것보다 좀 부족한 데서 시작하는 걸 아예 꺼리게 됩니다. 첫 번째는 이런 임금의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회사의 위치입니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는 전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학력이 높은 청년들은 사무직 일자리를 선호하는데요. 사무직 일자리를 하기 위해서는 업무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업무시설 면적을 분석해 보면 전국의 업무시설 면적은 총면적이 1억 2000만 제곱미터 정도 되는데 이 중 서울에만 5300만 제곱미터가 있습니다.
즉 전체 사무직 일자리의 45%가 서울에 몰려 있다는 뜻이죠. 사무직은 판교 라인, 기술직은 기흥 라인이 취업 마지노선이라며 취업남방한계선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위치한 기업 11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68.4%가 지방 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대답했고 지방 소재 기업으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 확보를 꼽은 비중이 50%나 됐습니다.
정기 공채와 수시 채용
이렇게 청년들은 고임금의 수도권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원하는 직장의 상황은 또 다릅니다.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본 결과 정기 공채를 통해서 뽑겠다고 답한 기업은 가장 적은 7.2% 정도에 불과하고 절반이 넘는 67.4%는 수시 채용만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이 수시 채용이란 것은 신입을 뽑아서 교육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때그때 회사에 필요한 경력직을 뽑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 경험이 없는 청년들 입장에선 좀 더 큰 회사에 취업하기는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겠죠. 이렇게 규모가 있는 수도권의 일자리는 입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반면, 지방에 위치한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들은 청년들이 원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일할 청년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게 되는 겁니다.
일본의 유스옐 제도와 영국의 청년 뉴딜 제도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중소기업에 다녀도 괜찮은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인식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현실적인 조건을 개선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일단 청년들이 꼭 대기업에 가야만 한다는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하고 구직을 포기했던 사람들을 이끌어줄 방안이 필요할 텐데요. 정부에서는 일도 구직도 모두 포기한 청년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이르면 올해 일자리 정책 과제를 조금 더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일본의 경우 구직 포기자를 위한 유스옐 제도를 시도했는데요. 유스옐 제도는 청년에게 성원을 보내주는 사업주라는 의미로 정부에서 2015년부터 젊은이의 채용, 육성에 적극적이며 고용, 관리에 우량한 중소기업에게 인정 마크를 주는 제도입니다. 유스옐로 선정된 기업은 채용 박람회에 우선적으로 참가하고 채용과 육성을 지원하는 지원금을 받고 공공 조달 가점, 저리 대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기 때문에 중소기업 스스로가 청년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구직에 초점을 맞춘 청년 뉴딜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구직활동에 참여하는 청년에게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며 참여 대상은 18에서 24세 사이, 6개월 이상 구직 급여를 받으려면 누구나 구직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교육과 직업 관련 경험을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모니터링해서 청년들의 취업률을 올렸습니다.
마무리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10월 고용 동향입니다.
이렇게 청년들이 소수의 특정 기업이나 조건에만 집중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빨리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더 다양한 유인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청년들의 구직 포기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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