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지금 미국 빅테크 기업 중 가장 핫한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를 사려고 줄을 서고 있고 수요가 부족해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는 2027년까지는 더욱더 늘어날 것이며 약 3000억 달러, 384조 1200억 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
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오는 2027년까지 AI 서버 시장 점유율을 75%까지 늘려 관련 부문 매출을 3000억 달러까지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것은 올해 전망치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칩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릴 삼성이라는 대기업만 있는 게 아닙니다. 최근 엔비디아와 퀄컴을 제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반란이 거셉니다.
한국형 팹리스
한국 토종 AI 반도체 기업을 중점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한국에는 엔비디아를 제칠만한 기술을 장착한 한국형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작지만 기술력에 있어 우위를 점하며 미국의 자랑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압도적 1위였지만 설계가 핵심인 팹리스 분야에서는 힘을 못 썼습니다. 팹리스만 놓고 보면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치며 반도체 강국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퓨리오사 AI, 리벨리온, 사피온 등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팹리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사뭇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AI에 특화된 AI 반도체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특화기업이라는 점입니다. AI 챗봇, 챗 GPT 등장으로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가 미국 팹리스 엔비디아인데요. 챗 GPT 개발사 오픈 AI가 사용하는 슈퍼컴퓨터에 엔비디아 GPU, 즉 그래픽 처리 장치 A100이 1만여 개가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GPU가 일종의 AI 전용 반도체 역할을 한 것인데요. 하지만 GPU는 AI 연산이 아닌 고사양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제품입니다. AI 연산에 활용할 경우 비용, 전력 소모 등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이것이 GPU 대비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AI에 특화된 AI 반도체가 별도 개발되기 시작한 배경입니다.
AI 반도체의 특징
AI 반도체의 주요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일단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릅니다. 또 다른 특징은 전력 효율성이 높습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추론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많다 보니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합니다. 그런데 AI 반도체는 이를 최적화해 에너지 효율을 기존 범용 반도체 대비 1000배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AI 반도체 시장 성장세를 높게 치는 것인데요. IT 산업 전반에 AI가 적용되면서 반도체 산업도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렇다 보니 전통 팹리스인 퀄컴과 엔비디아는 물론 구글과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설 정도가 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 토종 AI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리벨리온 -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 경연대회 1위
특히 리벨리온의 기술력은 동종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얼마 전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 경연대회에서 미국 엔비디아, 퀄컴 같은 절대 강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AI 반도체 성능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한국 토종기업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이 퀄컴, 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보다 1.4에서 3배가량 앞선 성적을 받자 세계는 한국의 작은 기업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했는지 놀라워했습니다. 특히 리벨리온은 챗 GPT와 같은 언어 모델,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비전 모델 두 분야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주목받았습니다. 리벨리온은 KT, 싱가포르 국부펀드,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1000억 원이 넘는 초기 투자를 받아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단숨에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엠엘퍼프라면 반도체 성능 평가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대회인데요. 이런 대회에서 한국 기업들은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제친 것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미국 인텔과 AMD, 엔비디아 등이 수십 년간 장악하고 있는 시장으로 한국 기업들은 진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들은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냈습니다. 리벨리온 같은 스타트업들은 AI 반도체라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린 것입니다.
퓨리오사 AI - 신경망 처리장치 반도체
그동안 엔비디아가 좌지우지하다시피 한 그래픽처리장치나 중앙처리장치 같은 범용 반도체와 달리 AI 반도체는 AI와 관련된 연산에 특화돼 있는 반도체인데요. 반도체 설계에 불모지로 꼽히는 한국에서 이 분야에 꾸준히 도전해 온 스타트업과 반도체 기업들이 이제야말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최근 엔비디아 왕국의 성장을 지켜보던 빅테크들은 하나둘 반 엔비디아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독점적 위치를 깰 AI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인데요. 그중 신경망 처리장치, NPU는 반 엔비디아 전선이 가장 강력하게 밀고 있는 대항마입니다. 그리고 신경망처리장치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이 바로 퓨리오사 AI입니다. 퓨리오사 AI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전투용 트럭을 몰고 황무지를 질주하는 주인공 퓨리오사처럼 대기업들도 헤매던 초기 AI 반도체 시장에 2017년부터 과감히 뛰어들었습니다. 퓨리오사 AI를 설립한 백준호 대표는 전기차를 앞세운 테슬라가 가솔린차 중심의 자동차 시장에서 변화를 이끌었듯 신경망 처리장치 반도체는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장치가 주도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대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나아가 AI 반도체 시장은 기존 반도체, 배터리 등 어떤 기간산업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이 이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주도권을 잡는 것은 수출산업 육성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자신감을 표합니다.
파두 - SSD 컨트롤러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팹리스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프리 IPO에서 1조 8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 파두(FADU)입니다. 최근 어려운 자본시장 환경, 특히 스타트업 펀딩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 기업 중 유일하게 파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처럼 엄청난 지분 투자를 받은 것은 이 기업이 그만큼 세계시장에서 명확한 사업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입니다. 파두의 SSD 컨트롤러 성능은 창업 초창기에 이미 업계의 인정을 받으며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2016년 인텔이 파두의 시제품을 자체 연구소에서 검증한 결과 인텔 동급 제품보다 두세 배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파두는 주력 제품인 데이터 센터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컨트롤러와 이를 탑재한 SSD 제품군을 개발해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고객을 다수 확보했는데요. 무엇보다 파두의 주력 제품은 고성능, 저전력의 기업용 SSD 컨트롤러입니다. SSD 컨트롤러는 SSD 모듈을 통솔하는 두뇌 격인 시스템 반도체를 지칭합니다. SSD 컨트롤러는 내구성과 안정성이 약하고 속도가 느린 낸드플래시의 오류를 방어하고 수명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파두는 SSD 컨트롤러에 이어 전력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 연산 반도체와 메모리 스토리지 각각을 포함하는 전 영역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27년에서 2030년에는 인공지능, CXL 등 다양한 분야의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종합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용 SSD 컨트롤러 솔루션 제품은 이미 상용화 완료 단계를 거쳐 글로벌 최고 수준임을 입증받았습니다. 그리고 8월 7일 국내 최초의 팹리스 유니콘 파두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내년부터 양산을 위한 운용자금으로 사용하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입니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스타트업인 파두가 지난 한 주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그리고 파두와 같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움츠러들었던 한국 반도체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중요한 신호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이처럼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을 수 있는 한국 토종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무섭다는 것 자체가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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