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하반기 역전세 경고를 했는데요. 역전세는 굉장히 간단해요. 그러니까 2년마다 한 번씩 전세 계약을 하는데 기존 전셋값보다 떨어졌을 때가 역전세예요. 1억의 전세 계약을 여러분들이 하셨는데 다음에 계약할 때 7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면 3000만 원 떨어졌으니까. 이런 걸 역전세라고 해요.
깡통 주택
그런데 비교되는 게 깡통 전세요. 이건 완전 다른 개념입니다. 전세 가격이 떨어진 게 아니라, 지금 전셋값이 있는데 집의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보다 낮은 겁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 매매가 2억인데 여기에 전세는 3억이 들어와 있어요. 그러면 지금 매매 가격보다 전세 가격이 높죠. 이런 경우를 깡통, 아무것도 없다 빈 깡통이다. 그래서 깡통 주택이라고 해요.
역전세 보고서
두 개는 좀 다른 개념이고 한국은행에서 얘기한 역전세 현상은 전세 가격이 2년 전보다 지금 전세 가격이 빠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 보고서를 좀 살펴보면 올해 하반기에 이런 역전세 물건이 전체 전세 계약 중에서 50% 이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50% 이상이 만기가 돌아와서 계약해야 되는데 대부분 전세금이 떨어져 있다는 거예요. 세대 수로는 100만 가구가 넘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깡통 전세도 보고서에 들어가 있는데 깡통 전세의 경우 전체 전세 중에서 8% 정도라고 이번에 발표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규모가 큰 거는 역대 처음이고요. 이런 것들이 하반기에 문제가 일어나면 주택 시장이나 임대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건지를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겠죠.
역전세의 영향
역전세가 일어나면 아주 간단하게 두 가지 영향이 있어요. 첫째는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 수요가 감소합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투자 수요나 투기 수요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야 하는데 전셋값이 떨어지면 전세를 끼고 집을 못 사게 됩니다. 불확실성이 커져서 집값이 오르려면 수요가 증가해야 하는데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준다는 얘기예요. 특히 투자수요가 줍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수요도 줄지만 공급을 증가시켜요. 매물, 매도물량, 즉 내가 집을 지금 갖고 있는데 전세를 끼고 사놨잖아요. 그런데 전세 값을 돌려줘야 해요. 현재 내가 돈이 없어요.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집을 팔아서 돌려줘야 하잖아요. 그럼 시장의 매물이 증가하는 거죠. 그럼 매물이 증가하고 살 사람은 줄어들고 집값 하락을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역전세난의 문제는 바로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앞으로 집값이 더 하락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역전세난이 상승의 실마리?
자산 시장은 가격이 하락해야 빠르게 회복하기도 하고 항상 움직입니다. 그런데 하락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오랫동안 하락할 수도 있고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빠르게 하락할 때는 내가 능력이 없는데 집을 가진 사람들 편하게 말하면 능력이 없는 거잖아요. 전세 보증금 돌려줄 돈도 없으니까?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빨리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돼요. 그래야 시장에 바닥이 형성돼요. 사람들이 계속 집을 갖고 있으면 찔끔찔끔 내놓기 때문에 회복이 더디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 역전세난을 그대로 두면 이런 과정이 올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렇게 되면 주택 하락폭도 커지고 역설적으로 상승에 단초를 제공해 주는 거예요. 역전세 문제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1년 2022년 전세 가격
두 가지 이유가 나오는 거죠. 하나는 뭐냐면 2년 전에 왜 이렇게 비쌌나? 2년 전에 비쌌던 이유가 있어요. 주택 가격이 오르니까 전세 가격도 따라 올랐고 그리고 금리가 낮으니까 전세담보 대출도 많이 이루어졌고 또 하나 2년 전에는 공교롭게 그 시점에 '임대차 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를 좀 안정시킨 측면이 있죠. 결론적으로 이런 현상들이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전세 가격이 2021년과 22년도에 크게 상승했어요. 그러니까 2021년도에 많이 올랐으니까 이게 만기가 언제 돌아옵니까? 2년 후 2023년, 2022년에 계약은 언제 돌아와요 2024년, 그래서 올해와 내년에 역전세난이 커질 수 있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첫 번째 원인은 2년 전에 전세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입주 물량 증가
두 번째는 계속 비쌌더라도 올라가면 되잖아요. 근데 지금 하락하는 이유가 뭐냐면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임대차 시장에서 중요한 건 입주 물량을 계산할 때 누적 입주 물량이 중요해요. 주택 재화는 아주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어요. 모든 재화는 한 번 쓰면 버리잖아요. 그런데 부동산은 계속 시장에 남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년 입주 물량이 증가한 게 아니고 누적적으로 얼마나 입주 물량이 증가했냐가 중요해요. 그런데 최근 8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18만 호 이상 입주가 됐습니다. 아파트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많이 입주가 된 건 역사상 처음입니다. 새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면서 이루어지는 부담이 시장에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전세 가격은 지금도 빠지고 과거에 2년 전에는 비쌌으니까 격차가 큰 겁니다. 그래서 역전세난이 조금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
전세는 제도가 아니에요. 전세가 생긴 이유는 두 가지예요. 집주인과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전세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거죠. 그런데 왜 집주인들은 좋아했을까요? 우리나라 집주인들은 집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거잖아요. 어떤 돈을 벌고 싶냐면 집을 팔아서 시세차익을 얻는 게 목적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뭐가 있습니까? 집을 많이 갖는 거예요. 근데 많이 가질 수 없어요. 은행에서 대출을 모두 안 해줍니다. 그런데 전세 제도를 이용하면 많이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집을 매수하기에는 전세를 이용하면 용이했던 거죠. 그러니까 임대인들과 집주인이 집을 투자하기에 전세 제도를 활용하면 되게 좋았다. 그럼 임차인들은 왜 좋았을까요? 역사적 배경이 좀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 전세 제도가 활성화된 게 80년대 90년대가 많았는 데 도시화가 집중되고 우리나라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시기였어요. 어르신들이 대부분 뭐라고 얘기하시냐면 "전세 잘해서 나중에 집 마련하는 데 써" 그러니까 일종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아니 은행에다 넣어놨으면 이자라도 붙어서 나중에 집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죠. 근데 전세금을 주인한테 맡겨놨는데 그게 나중에 내 집 마련하는 데 왜 도움이 됐을까? 그건 뭐냐면 그 시기에는 전세금을 그렇게 맡겨 놓잖아요. 그러면 돈을 지킬 수 있었어요. 이 시대에는 어떤 일이 많았냐면 사기행위도 많고 은행도 망하고 돈을 지킬 수가 없었어요. 옆에서 친구들이 사업한다고 돈 꿔달라고 그래, 보증 서 달라고 그래, 그래서 돈을 모아 놓을 데도 없고 투자할 때도 만만치 않았단 말이죠. 그런데 전세금을 딱 맡겨놓잖아요. 그러면 죽으나 사나 어쨌든 전세금은 남아요. 그러니까 나중에 내가 돈이 필요할 때 전세금을 활용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 차원에서 임차인들에게 굉장히 안전한 금고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심리적으로 매달 내 돈이 안 나가니까 그래서 이런 두 가지 측면, 내 돈을 지키고 심리적으로 좀 안정이 됐다는 그런 차원에서 임차인들 세입자들도 전세를 선호했다는 거죠. 그래서 집주인도 선호하고 임차인도 선호하고 이러다 보니까 전세 제도가 자연 발생적으로 비중이 증가하게 된 거죠.
그런데 이 제도가 유지하려면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전세 가격이 계속 올라야 해요. 그래야 둘 다 걱정이 없어요. 그래야 "내 전세금은 받을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전세금은 계속 오르니까" 그리고 집주인도 "전세금 계속 오르니까 지금은 이 돈 내가 다 써도 돼 새로 들어오면 전세금 비싸게 줄 테고 받아서 돌려주고 또 내가 쓰고" 이런 암묵적인 신뢰감이 있었다는 거죠. 전세금이 한 번도 안 빠졌으니까, 그런데 지금 전세금이 빠지는 겁니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과연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것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좀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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